연구실 일기
“선생님, 분화 유도 5일차인데 lipid droplet이 잘 안 보여요. 이번 세포도 상태가 별로인 것 같아요.”
국내 유명 세포 분양처에서 분양하는 3T3-L1은 뽑기 운에 따라 분화의 정도가 갈린다는 말은 공공연하게 돌고 있었다. 하지만 ATCC 해외 분양을 받자니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워서 국내에서 분양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선택이 오히려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갉아먹었다.
세 번째 분양받은 세포마저 분화가 잘 안 되길래 이번에는 동결세포주가 아닌 배양세포주를 분양받고, 세포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분양처에 가서 직접 본 25T flask에는 세포가 가득차다 못해 confluency가 120%는 되어보였다. 3T3-L1 세포는 과밀도 상태로 유지를 하면 분화능을 잃는데... 기본적인 유지 조건 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후, 다른 선생님이 분양 받았던 Raw264.7 세포도 마찬가지였다. 동결세포주 상태로 분양받고 세포를 풀자 뾰족뾰족한 모양의 Raw264.7 세포만 잔뜩 있었다. LPS 처리도 안 하고, activation이 될만한 물리적인 손상도 가하지 않았는데.
분양처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더니 그저 세포를 잘못 푼 우리 탓이라는 답변 뿐이었다.
왜 ‘유지’가 결과를 바꿀까
세포 유지 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confluency입니다. 세포가 너무 빽빽하면 대사 스트레스가 쌓이고, 원치 않는 분화나 활성화가 일어나 버립니다. 반대로 너무 듬성듬성하면 신호전달이나 반응성이 떨어져요. 그래서 “적당한 밀도”를 맞추는 게 실험 결과를 살리는 첫 단추입니다.
물론 confluency만 지킨다고 끝나는 건 아니에요. Incubator 세팅은 단순히 온도를 37℃, CO₂를 5%로 맞춰두는 습관이 아니라, 세포가 살고 있는 배지의 pH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CO₂ 농도가 흔들리면 배지가 금방 노랗게 변하고(산성화), 세포 대사와 효소 활성이 순식간에 요동칩니다. 결국 세포 생존율이 뚝 떨어지죠.
세포 배지와 FBS도 마찬가지예요. 배지는 단순히 ‘먹이’가 아니라 삼투압과 pH까지 지탱해주는 환경이고, FBS는 성장 인자·호르몬·단백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농도가 너무 낮으면 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너무 높으면 비정상적인 성장 곡선을 그립니다. 결국 세포마다, 그리고 실험 목적마다 “딱 맞는 농도”를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morphology 관찰도 무시 못 합니다. 세포 모양은 스트레스와 activation 신호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지표예요. 현미경으로 매일 조금씩만 체크해도, 세포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훨씬 빨리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염 방지. 항생제를 넣어두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균적 조작이 유일한 답입니다. 세균이나 곰팡이는 세포보다 훨씬 빨리 자라서, 한번 오염되면 배양계 전체를 망가뜨립니다. 실험자가 주의를 게을리한 순간, 세포는 그대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자주 쓰는 세포주별 특이사항
세포주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유지할 때의 관리 포인트도 다 다릅니다. 따라서, 세포주마다 특성과 관리 포인트를 알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자주 쓰는 cell line만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 3T3-L1 (Adipocyte precursor, preadipocyte)
- 특징: 분화 효율이 confluency/타이밍에 크게 좌우됨. 분화 유도는 보통 ‘완전 confluent → 2일 post-confluence(D0)’ 시점에 MDI 등으로 시작.
- 유지 포인트: 세포를 유지할 때에는 confleuncy가 60–80% 정도일 때 계대 배양을 하며 세포 밀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대사/사이클 변형 → 분화 반응 저하).
- 실험자 주의: 분양 시 과밀/장기유지 이력 확인, 분화 유도 전 confluent 달성 후 post-confluence 타이밍 맞추기. - Raw264.7 (Macrophage-like cell line)
- 특징: activation이 쉽게 일어남 → 활성화되면 morphology가 둥글던 모양에서 뾰족/퍼짐으로 변화.
- 유지 포인트: 과밀 유지 시 실제 activation이 진행되어 대조군/실험군 구분이 어려워짐. 계대 배양 시 trypsin에 오래 노출하거나 scraper로 세게 긁어도 activation이 일어남.
- 실험자 주의: LPS, TNF-α, IL-1β 등 stimulator 처리 전 건강한 세포 확보할 것(저·과밀 모두 피하고 최근 passage 사용, 계대배양 시 물리/화학적 손상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 - HeLa (인간 자궁경부암)
- 특징: 빠른 증식, 관리가 쉬운 편이지만 방심 금물.
- 유지 포인트: 금방 confluency 100%에 도달 → 주기적 passage 필수, 과밀 시 발현/대사 변동 커짐.
- 실험자 주의: cross-contamination 사고 다발 세포주 → 정기적 mycoplasma 검사/STR 인증, passage 넘버 기록. - HEK293 (Human embryonic kidney, 293T 등 변종 포함)
- 특징: DNA transfection 효율 높아 발현 연구에 표준처럼 쓰임.
- 유지 포인트: transfection 효율은 confluency/세포 건강에 크게 좌우 → 보통 70–90%에서 유도.
- 실험자 주의: 너무 과밀/저밀 모두 발현 효율 저하 → 유도 전날 정확히 맞추기, 배지·FBS 로트 변경 시 메모. - Primary cell culture (예: fibroblast, neuron, hepatocyte)
- 특징: immortalized line보다 훨씬 민감, finite lifespan, donor/batch 변동 큼.
- 유지 포인트: 코팅/성장인자/교환 타이밍에 예민, long-term 유지 어려움.
- 실험자 주의: batch-to-batch variation 대비해 대조군/레퍼런스 엄격 관리, 동일 batch 안에서 실험 묶기, passage/조건 상세 기록.
기본 체크리스트
- Incubator 세팅: 37℃ / CO₂ 5% 유지. → 배지 pH를 안정화시켜 세포 대사와 효소활성을 지켜줍니다.
- Confluency 관리: 증식 단계는 60–80%에서 패시지, 분화나 자극은 세포주별 최적 시점 준수. → 과밀/저밀 모두 데이터 왜곡을 만듭니다.
- 세포 배지: 색(pH), 탁도, 침전물 수시 확인. → 작은 변화가 세포 스트레스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 FBS 사용: 세포주·실험 목적에 맞춘 농도(너무 적으면 apoptosis, 많으면 비정상 성장). → 로트별 차이 기록 필수.
- Morphology 관찰: 현미경으로 모양·분포·부착 상태 매일 점검. → 세포 스트레스와 activation을 가장 빨리 알려줍니다.
- 무균 조작: 항생제 의존은 금물, pipetting·hood 사용 시 습관을 철저히. → 오염은 세포주와 데이터를 동시에 잃게 합니다.
- 로그 기록: 배지 교환 날짜, passage 넘버, CO₂ 알람, 배지·FBS 로트까지. → 재현성과 문제 추적의 기본입니다.
마무리: 기본은 지키라고 있는 것
3T3-L1 분화가 잘 안 될 때도, Raw264.7에 LPS 처리를 하기 전부터도 activation이 된 이유는 바로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 안 보이던 날, Raw264.7 baseline이 무너졌던 날—원인은 화려한 테크닉 부족이 아니었어요. 유지였습니다. 세포는 정직합니다. 우리가 기본을 얼마나 챙겼는지를 그대로 반영하니까요.
너무 당연해서 지나치기 쉬운 cell maintenance의 원칙들: confluency 60~80%, incubator 37℃/CO₂ 5%, 세포 배지·FBS 관리, 오염 방지. 이 기본만 확실히 지켜도 세포 배양 실패는 크게 줄고, 세포 생존율과 데이터 신뢰도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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